피오르의 품에 안긴 마을, 게이랑에르에 도착하다
노르웨이 여행에서 손꼽아 기다렸던 게이랑에르에 도착하자 거대한 산과 깊은 피오르가 작은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게리랑게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현지 지명은 게이랑에르(Geiranger)에 가깝게 표기한다. 게이랑에르는 노르웨이 서부의 게이랑에르피오르 가장 안쪽에 자리한 작은 마을이지만,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이 찾아오는 대표적인 관광지이다. 게이랑에르피오르는 빙하가 오랜 세월 동안 산악지대를 깎아 만든 깊은 계곡에 바닷물이 들어오면서 형성되었다. 바다에서 수직으로 솟아오른 듯한 절벽과 눈 덮인 산봉우리, 절벽을 따라 흘러내리는 수많은 폭포가 어우러져 장엄한 풍경을 이룬다. 이러한 자연적 가치를 인정받아 게이랑에르피오르는 네뢰이피오르와 함께 2005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선착장 주변의 마을은 아담했지만 그 뒤로 이어지는 산은 매우 높고 웅장해, 자연 앞에서 사람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느끼게 했다. 마을에 도착한 뒤 버스를 타고 산악지역으로 이동했다. 버스가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고도를 높일수록 피오르와 마을은 점점 아래로 멀어졌고, 창밖 풍경은 푸른 숲에서 바위산과 설원으로 바뀌어 갔다. 짧은 거리 안에서 바다와 계곡, 숲과 눈 덮인 고산지대를 차례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게이랑에르 여행의 특별한 매력이었다. 목적지로 향하는 버스 이동 자체가 하나의 전망 코스였으며, 굽이마다 새롭게 나타나는 풍경 때문에 창밖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의 게이랑에르피오르 안내
듀프바스휘타에서 만난 얼어붙은 고산호수

산악도로를 따라 올라간 버스는 듀프바스휘타(Djupvasshytta)에 도착했다. 이곳은 게이랑에르에서 달스니바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자리한 산장으로, 바로 옆에는 듀프바트넷(Djupvatnet)이라는 고산호수가 펼쳐져 있다. 듀프바트넷은 해발 약 1,016미터에 자리하고 있어 게이랑에르 마을과는 기온과 풍경이 크게 다르다. 산 아래에는 봄기운이 찾아왔지만 높은 산악지대의 호수에는 아직 얼음이 녹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호수 표면을 덮은 얼음과 주변 산비탈의 눈, 그 사이로 조금씩 드러난 짙은 물빛을 바라보자 한 계절을 건너 겨울 속으로 들어온 듯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차가운 공기가 얼굴에 닿았지만 눈앞에 펼쳐진 고요한 풍경 때문에 쉽게 발걸음을 돌릴 수 없었다. 주변에는 높은 나무나 화려한 건물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거친 바위산과 눈, 얼음으로 덮인 호수만이 넓게 이어졌다. 자연이 만들어 낸 단순한 색과 형태가 오히려 강렬한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듀프바스휘타는 달스니바 정상으로 향하기 전에 잠시 쉬며 듀프바트넷과 주변 빙하 지형을 감상하기 좋은 장소다. 인근의 달스니바 전망대는 해발 약 1,500미터에 자리해 게이랑에르피오르를 내려다볼 수 있지만, 겨울과 초봄에는 눈과 도로 상황에 따라 접근이 제한되기도 한다. 얼음이 녹지 않은 호수의 모습은 높은 산의 계절이 마을보다 훨씬 늦게 찾아온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사진으로는 차가운 공기와 산의 고요함까지 모두 담을 수 없었지만, 빙하가 만든 노르웨이의 대자연을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한 듯한 순간이었다. 피오르 노르웨이의 듀프바스휘타·달스니바 안내
마시고 싶을 만큼 투명했던 에이즈바트넷의 물빛

듀프바스휘타에서 얼어붙은 호수를 감상한 뒤 다시 버스에 올라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산악도로를 따라 내려가며 창밖을 바라보자 조금 전까지 보았던 눈과 얼음의 풍경이 점차 부드러운 산과 푸른 초원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버스가 에이즈바트넷 호수 전망대(Eidsvatnet Lake Viewpoint)에 멈추자 모두 내려 호수와 주변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다. 에이즈바트넷은 높은 산과 숲 사이에 고요하게 자리한 호수로, 바람이 잔잔할 때는 산과 하늘이 물 위에 거울처럼 비친다. 가까이 다가가 바라본 호수의 물은 바닥이 들여다보일 것처럼 맑고 깨끗했다. 물빛이 너무나 투명하고 청정해 손으로 떠서 그대로 마셔 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 정도였다. 물론 자연의 물은 겉보기에 깨끗하더라도 미생물이나 다른 오염 가능성이 있으므로 확인 없이 직접 마시는 것은 피해야 하지만, 그만큼 에이즈바트넷의 청정함이 인상적이었다는 뜻이다. 듀프바트넷에서 보았던 차갑고 얼어붙은 풍경과 에이즈바트넷의 잔잔하고 투명한 물빛은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게이랑에르 여행은 유명한 피오르 한 곳을 바라보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버스를 타고 고도를 오르내리며 폭포와 계곡, 설산과 빙하호수, 푸른 숲과 작은 마을을 차례로 만나는 과정이었다. 특히 에이즈바트넷 앞에서 촬영한 사진에는 맑은 물과 산의 모습뿐 아니라, 오염되지 않은 자연을 오래도록 지켜야 한다는 마음도 함께 담겼다. 얼음이 남은 듀프바트넷과 금방이라도 마시고 싶었던 에이즈바트넷의 물빛은 게이랑에르의 대자연이 선물한 서로 다른 두 장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기억에 남았다. 게이랑에르피오르 지역 공식 관광코스의 에이즈바트넷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