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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드넓은 평원에서 아이거 북벽까지, 열차로 이어진 프랑스·스위스 여행

by blog7709 2026. 8. 3.

파리를 떠나 바젤로 향한 TGV 리리아 열차

파리 여행을 마치고 스위스의 그린델발트로 이동하기 위해 파리 리옹역에서 바젤행 TGV 리리아 열차에 올랐다. TGV 리리아는 프랑스와 스위스의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국제고속열차로, 파리에서 바젤까지 약 3시간 정도 걸린다. 비행기를 이용하면 공항까지 이동하고 출입국과 보안검색을 거쳐야 하지만, 국제열차는 도심에 있는 역에서 출발해 목적지 중심부에 도착한다는 장점이 있다. 짐을 싣고 좌석에 앉자 파리의 복잡한 건물과 거리가 서서히 뒤로 멀어졌고, 열차는 빠른 속도로 프랑스 동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도시 외곽을 벗어나자 창밖 풍경은 갑자기 넓어졌다. 고층 건물과 차량으로 가득했던 파리와 달리 끝이 보이지 않는 들판과 낮은 구릉, 작은 마을이 차례로 나타났다. 열차는 디종과 벨포르몽벨리아르, 뮐루즈 방면을 지나 프랑스와 스위스의 국경도시 바젤로 이어진다. 빠르게 달리는 열차 안에서도 창밖의 농촌 풍경은 비교적 평화롭고 여유롭게 다가왔다. 유럽의 두 나라를 비행기가 아닌 철도로 이동하니 도시와 도시 사이에 어떤 자연과 생활공간이 있는지도 직접 살펴볼 수 있었다. 파리의 화려한 거리에서 스위스 알프스로 향하는 이번 이동은 단순히 장소를 바꾸는 시간이 아니라, 프랑스의 대도시와 농촌, 스위스의 산악지대가 하나의 철도 노선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바라보는 특별한 여행이었다. TGV 리리아 파리–바젤 노선 안내

차창 밖으로 펼쳐진 넓은 곡창지대와 부러움

TGV 열차가 파리 외곽을 벗어나자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은 끝없이 펼쳐진 프랑스의 넓은 들판이었다. 반듯하게 정리된 농경지가 지평선까지 이어졌고, 들판 사이에는 농로와 작은 숲, 붉거나 회색 지붕을 얹은 농촌마을이 간간이 나타났다. 한국에서는 산이 많아 넓은 평야를 한눈에 바라보기 어려운 지역이 많은데, 프랑스의 들판은 열차가 오랫동안 달려도 끝나지 않을 만큼 광활해 보였다. 농업과 농기계, 스마트농업 분야에 오랫동안 관심을 두고 살아온 사람의 눈으로 바라보니 단순히 아름다운 전원풍경으로만 보이지 않았다. 넓고 평탄한 농경지는 대형 농기계를 활용한 파종과 관리, 수확 작업에 유리하며 농작업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물론 농업의 경쟁력이 토지 면적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며 기후와 토양, 기술과 정책, 농업인의 노력도 함께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처럼 넓은 농업기반을 보유한 프랑스는 참으로 복받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량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농경지는 경제적인 자산이면서 국민의 삶을 지켜주는 소중한 국가 기반이기 때문이다. 열차 창문 너머로 펼쳐진 곡창지대를 바라보며 부러움과 감탄이 동시에 밀려왔다. 도시의 궁전이나 박물관도 프랑스의 위대한 유산이지만,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드넓은 들판 역시 그에 못지않은 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빠른 고속열차 안에서 바라본 평화로운 농촌은 프랑스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고, 여행 중에도 농업과 식량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바젤에서 인터라켄 오스트로, 알프스에 가까워지는 길

프랑스의 넓은 들판을 지나 TGV 리리아 열차는 스위스 북서부의 관문인 바젤 SBB역에 도착했다. 바젤은 프랑스와 독일 국경에 가까운 도시이자 유럽 철도망의 중요한 연결 지점이다. 이곳에서 스위스 열차로 갈아타고 인터라켄 오스트를 향해 출발했다. 바젤에서 인터라켄 오스트까지는 베른을 거쳐 운행하는 장거리 열차가 연결되며, 시간대에 따라 직행편도 이용할 수 있다. 파리에서 출발할 때는 넓고 완만한 평원이 중심이었지만 스위스 남쪽으로 이동할수록 창밖의 산은 점점 높아지고 계곡은 깊어졌다. 베른을 지나 툰과 슈피츠 방면으로 들어서자 호수와 알프스산맥이 어우러진 스위스다운 풍경이 펼쳐졌다. 산을 배경으로 자리한 마을과 초원, 깨끗하게 정돈된 역을 바라보는 동안 그린델발트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인터라켄 오스트역은 그린델발트와 라우터브루넨, 융프라우 지역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이곳에서 베르너 오버란트 철도로 다시 환승해 그린델발트로 향했다. 열차는 점차 좁아지는 계곡을 따라 달렸으며, 창밖에는 푸른 초원과 전통 목조주택, 눈 덮인 산봉우리가 나타났다. 파리에서 바젤까지는 국경을 넘는 고속열차의 속도감이 인상적이었다면, 인터라켄 오스트에서 그린델발트로 들어가는 구간은 알프스의 품속으로 천천히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여러 차례 열차를 갈아타야 했지만 각각의 구간에서 풍경이 달라져 이동 과정 자체가 하나의 관광코스처럼 느껴졌다. 바젤–인터라켄 오스트 직행열차 안내, 인터라켄 오스트역 안내

그린델발트에서 평화롭게 마주한 아이거 북벽

마지막 열차가 그린델발트에 도착하자 파리에서 시작된 긴 이동의 피로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듯했다. 마을 앞으로는 넓고 푸른 초원이 펼쳐졌고, 경사진 언덕에는 짙은 색의 목조주택들이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었다.  5월의 초원에는 노란 들꽃이 가득 피어 있었으며, 그 뒤로는 눈이 남아 있는 거대한 아이거산 북측 사면이 마을을 감싸듯 솟아 있었다. 아이거는 해발 3,967m의 산으로, 특히 높이가 약 1,800m에 이르는 북벽은 세계 산악인들에게 매우 어렵고 위험한 등반지로 알려져 있다. 험준한 역사와 수많은 도전의 이야기를 간직한 산이지만, 그린델발트 마을에서 바라본 아이거 북벽은 위협적이기보다 장엄하고 평화롭게 느껴졌다.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초원과 눈 덮인 바위산, 맑고 짙은 파란 하늘이 어우러진 모습은 한 폭의 풍경화 같았다. 열차를 여러 번 환승하며 오랜 시간 이동했기 때문에 도착하자마자 많은 관광지를 찾아다니기보다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아이거 북벽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들꽃과 초원에서 풀을 뜯는 가축, 산비탈에 흩어져 있는 목조주택을 바라보니 마음까지 편안해졌다. 파리의 화려한 건축물, 프랑스의 넓은 곡창지대, 바젤과 인터라켄을 잇는 철도, 그리고 그린델발트의 알프스 풍경은 서로 전혀 달랐지만 하나의 여행길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아이거 북벽 아래에서 누린 조용한 휴식은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대자연을 마주한 감동을 함께 안겨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린델발트 공식 관광안내의 아이거 북벽 소개, 아이거의 역사와 북벽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