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작은 마을, 플롬

노르웨이 여행 중 플롬에 도착하자 높은 산과 잔잔한 피오르가 작은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었다. 플롬은 노르웨이에서 가장 길고 깊은 송네피오르의 지류인 아울란피오르 안쪽에 자리한 마을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플롬 산악열차와 피오르 관광의 출발지로 알려져 있어 해마다 많은 여행자가 찾아온다. 선착장 주변에는 기차역과 관광안내소, 상점과 숙박시설이 모여 있어 걸어서 둘러보기에도 편리하다. 그러나 플롬의 가장 큰 매력은 화려한 시설보다 마을을 감싸고 있는 자연에 있다. 고개를 들면 가파른 산비탈과 눈이 남아 있는 봉우리가 보이고, 계곡은 피오르를 향해 길게 이어진다. 플롬에서 가장 기대했던 체험은 플롬스바나(Flåmsbana)라고 부르는 산악열차를 타는 것이었다. 플롬역은 해발 약 2m의 피오르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으며, 열차는 이곳에서 출발해 베르겐 철도와 연결되는 해발 약 867m의 뮈르달역까지 올라간다. 여행 당시에는 해발 약 900m까지 올라가는 열차라고 안내받았는데, 실제 뮈르달역의 고도는 867m이므로 약 900m라고 표현할 수 있다. 피오르 해안에서 높은 산악지대까지 열차를 타고 한 번에 올라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렘이 컸다. 열차가 플롬역을 출발하자 평화로운 마을과 피오르는 서서히 멀어지고, 창밖에는 플롬 계곡의 깊고 웅장한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플롬 공식 관광안내, 뮈르달역 고도 안내
터널과 계곡을 지나며 확인한 이른 봄의 풍경

플롬 산악열차는 약 20km의 구간을 한 시간가량 달리며 해발 약 2m에서 867m까지 고도를 높인다. 일반적인 열차가 운행하는 철도 가운데 경사가 매우 가파른 노선으로 알려져 있으며, 짧은 거리에서 약 865m의 높이 차를 극복해야 했기 때문에 건설 과정에서도 많은 기술과 노력이 필요했다. 열차는 가파른 산비탈을 따라 천천히 오르며 20개의 터널을 통과한다. 일부 터널은 산속에서 방향을 바꾸도록 굽어 있어 열차가 계곡의 급경사를 안전하게 오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창밖에는 한쪽으로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나타나고, 다른 쪽으로는 깊은 계곡과 구불구불한 산길이 내려다보였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플롬 마을과 피오르는 점점 작아졌으며, 산비탈 곳곳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과 얼음이 남아 있었다. 열차를 타기 전에는 봄철 눈 녹은 물이 여러 폭포를 힘차게 흘러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방문 당시에는 높은 산에 남은 눈과 얼음이 충분히 녹지 않은 상태였는지, 차창 밖으로 보이는 폭포들은 예상보다 수량이 매우 적었다. 물줄기가 가느다랗게 이어지는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바위 절벽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웅장한 폭포를 기대했던 마음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에도 봄과 겨울이 공존하는 산악 풍경과 험준한 지형을 통과하는 열차의 움직임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플롬 산악열차는 폭포의 수량과 관계없이 피오르에서 설산까지 이어지는 고도의 변화와 깊은 계곡, 터널을 통과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물해 주었다. 플롬 산악열차를 포함한 노르웨이 공식 여행 안내
물이 거의 없었던 효스포센과 전설 속 훌드라 공연

플롬 산악열차 여행에서 가장 기다렸던 장소는 효스포센(Kjosfossen) 폭포였다. 열차는 폭포 바로 앞에 마련된 승강장에 잠시 멈추었고, 승객들은 밖으로 나가 풍경을 감상하고 사진을 촬영했다. 효스포센은 전체 낙차가 약 93m에 이르는 폭포로, 철도를 이용해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플롬 산악열차의 대표적인 명소이다. 안내 사진에서 보았던 효스포센은 높은 바위 절벽을 따라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지고 물안개가 주변을 뒤덮는 웅장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방문한 때는 아직 이른 봄이라 산 위의 눈과 얼음이 충분히 녹지 않았는지 폭포에 물이 거의 없었다. 사진처럼 검은 바위 절벽이 대부분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한쪽으로만 가느다란 물줄기와 얼음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수많은 관광객이 카메라와 휴대전화를 들고 폭포를 향해 섰지만, 기대했던 장대한 물줄기를 볼 수 없어 나 역시 무척 실망스러웠다. 자연관광에서는 계절과 기온에 따라 같은 장소도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다행히 음악이 울려 퍼지면서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이 바위 위에 나타나 춤을 추는 훌드라 공연이 시작되었다. 훌드라는 아름다운 노래로 사람들을 숲속으로 이끈다는 노르웨이 전설 속 존재다. 폭포수가 풍부했다면 공연이 더욱 신비롭고 웅장했겠지만, 물이 거의 없는 바위 절벽에서 펼쳐진 공연도 색다른 기억을 남겼다. 아쉬움은 있었지만 산악열차와 계곡, 봄의 설경과 북유럽 전설을 함께 경험한 플롬 여행은 자연이 늘 기대한 모습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까지 담긴 솔직한 여행 추억이 되었다. 효스포센 폭포 공식 관광안내, 훌드라 공연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