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자연이 함께한 자이언 캐니언의 역사

브라이스 캐니언에서 수많은 붉은 후두를 바라본 뒤 찾은 자이언 국립공원은 또 다른 모습의 웅장함을 보여 주었다. 브라이스 캐니언에서는 높은 전망대에 서서 아래로 펼쳐진 바위기둥을 내려다보았다면, 자이언 캐니언에서는 거대한 붉은 절벽 사이의 좁은 계곡 안으로 들어가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었다. 깎아지른 듯한 사암 절벽이 양쪽에서 병풍처럼 솟아 있었고, 그 아래로 버진강이 흐르며 나무와 풀을 키우고 있었다. 건조한 사막 지역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계곡 안에는 풍부한 생명력이 느껴졌다. 뜨거운 햇빛을 받은 붉은 절벽과 시원한 강물, 짙은 녹색의 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은 자연이 만든 거대한 성전에 들어선 듯한 경외심을 안겨 주었다.
자이언 지역에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훨씬 전부터 여러 원주민 공동체가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왔다. 근대에 들어서는 1909년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대통령이 이곳을 ‘무쿤투위프 국립기념물’로 지정했고, 1918년 자이언 국립기념물로 확대·변경되었다. 이어 1919년 11월 19일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면서 유타주 최초의 국립공원이 되었다. 이후 1930년 자이언–마운트카멀 도로와 터널이 개통되면서 브라이스 캐니언 및 그랜드 캐니언과 이어지는 미국 서부의 대표적인 여행지가 되었다.
오늘날 공원 전체 면적의 83%가 넘는 약 12만4천 에이커가 야생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자이언 야생보호구역 안내 숫자로도 거대한 공간이지만, 현장에서 올려다본 절벽의 높이와 계곡의 깊이는 수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수백만 년 동안 버진강과 비, 바람이 단단한 바위를 조금씩 깎아 현재의 계곡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자연의 시간 앞에서 한없이 겸손해졌다. 자이언이라는 이름이 주는 경건한 느낌처럼, 이곳은 단순히 아름다운 관광지를 넘어 오래된 자연과 생명이 함께 숨 쉬는 특별한 공간으로 다가왔다.
셔틀버스를 타고 절벽 깊숙이 들어간 여행
자이언 캐니언을 제대로 만나기 위해 방문자센터에서 셔틀버스를 탔다. 많은 방문객이 몰리는 시기에는 자이언 캐니언 시닉 드라이브의 일반 차량 운행이 제한되고, 공원에서 운영하는 무료 셔틀을 이용해 주요 정류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셔틀버스에 올라 창밖을 바라보니 처음에는 멀리 보이던 붉은 절벽이 점점 가까워졌다. 버스가 계곡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양옆의 바위벽은 더욱 높아졌고, 좁은 차창 위로 보이는 하늘은 한 줄의 푸른색 띠처럼 느껴졌다. 운전과 주차를 걱정하지 않고 모두가 같은 버스를 이용하니 풍경에 집중할 수 있었고, 자동차의 소음과 배기가스를 줄여 계곡의 자연환경을 보호하려는 의미도 이해할 수 있었다.
정류장에 내려 강가로 걸어가자 높고 거대한 절벽 아래에서 버진강의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한여름의 강한 햇빛 아래 오래 걸은 뒤 물에 발을 담그니 온몸의 더위가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 바닥의 둥근 돌 사이로 흐르는 차가운 물과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 강바닥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서로의 공간을 존중하며 물가에서 쉬고 있었고, 세계 여러 지역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이 같은 자연을 함께 즐기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자이언의 셔틀은 단순히 사람을 실어 나르는 교통수단이 아니었다. 수많은 관광객을 효율적으로 이동시키면서 협곡 안의 교통 혼잡과 자연 훼손을 줄이는 보호 장치였다. 셔틀 정류장마다 원하는 장소에 내려 산책하거나 강가에서 쉬고, 다시 오는 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어 여행도 한결 편안했다. 다만 계곡의 날씨와 강물 상태는 빠르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방문할 때에는 공원 안내와 셔틀 운행시간을 확인하고 충분한 식수와 햇빛 차단용품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자연을 즐기는 자유와 자연을 지켜야 할 책임이 조화를 이룰 때, 자이언 캐니언의 감동도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방 속 음식을 가져간 다람쥐
계곡의 물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예상하지 못한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다람쥐 한 마리가 가방 가까이 다가오더니, 안에 있던 음식 냄새를 맡고 재빠르게 먹을 것을 꺼내 달아난 것이다. 갑작스러운 모습에 놀라면서도 작은 몸으로 음식을 붙잡고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귀엽고 신기해 한동안 바라보았다. 주변에는 많은 관광객이 있었지만 다람쥐를 잡거나 해치려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은 거리를 두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고, 나 역시 다람쥐를 쫓아가 음식을 억지로 빼앗기보다 가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귀엽게 보이는 이 행동은 다람쥐에게 바람직한 습관이 아니다. 자이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위다람쥐는 관광객의 가방과 도시락, 쓰레기통에 접근해 음식을 가져가기도 한다. 사람이 먹는 음식은 야생동물이 소화하기 어려울 수 있고, 반복해서 사람의 음식에 의존하면 스스로 먹이를 찾는 능력을 잃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실제로 국립공원관리청은 다람쥐에게 먹이를 주거나 만지지 말고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라고 안내한다. 자이언 국립공원의 바위다람쥐 안내 가방은 잠그고 자리를 비울 때 방치하지 않으며, 음식은 냄새가 새지 않는 용기에 보관하는 것이 사람과 동물을 함께 보호하는 방법이다.
당시에는 다람쥐가 음식을 가져가는 장면을 재미있는 여행의 추억으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돌아보니 자연보호의 의미를 가르쳐 준 순간이었다. 수많은 관광객이 야생동물을 때리거나 잡지 않고 바라보는 모습에서는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해치지 않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동물이 사람의 음식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미리 관리하는 책임도 필요하다. 먹이를 직접 주지 않았더라도 가방을 열어 두어 동물이 가져가게 했다면 결과적으로 야생의 생활 습관을 바꾸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붉은 절벽과 흐르는 강물은 자이언 캐니언의 웅장함을 보여 주었고, 작은 다람쥐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자연을 사랑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는 일만이 아니라, 그곳의 주인인 동물들이 본래의 방식대로 살아가도록 거리를 지켜 주는 일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자이언 캐니언에서 보낸 하루는 장엄한 풍경과 시원한 물놀이, 귀여운 다람쥐와의 뜻밖의 만남이 함께한 즐거운 여행이었다. 동시에 자연을 이용하는 관광객에게 필요한 배려와 책임을 다시 생각하게 해 준, 오래 기억에 남을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