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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을 앞두고 찾아간 취리히공항 옆 서클 파크

 

모든 여행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 찾아왔다. 오랫동안 준비했던 여행이 끝난다는 아쉬움과 무사히 일정을 마쳤다는 안도감을 안고 취리히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도착해 출국 수속을 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복잡한 실내에서 기다리기보다 공항 옆에 있는 서클 파크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취리히공항과 연결된 더 서클은 사무실과 호텔, 식당, 상점, 회의시설 등이 모여 있는 복합공간이며, 그 뒤편에는 약 8만㎡ 규모의 넓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비행기를 타기 전 잠시 산책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공항 가까이에 있다는 점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일반적으로 공항 주변을 생각하면 활주로와 주차장, 도로와 대형 건물이 먼저 떠오르지만, 이곳에서는 공항의 현대적인 시설과 자연이 서로 맞닿아 있었다. 

서클 건물 뒤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공원 위쪽으로 올라갔다. 여행가방을 끌고 걷는 길이 아주 편한 것만은 아니었지만, 며칠 동안 산과 도시를 끊임없이 걸어 다닌 경험 덕분인지 마지막 산책이라는 생각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언덕에 올라서자 넓은 하늘과 취리히공항 주변의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잘 정비된 산책로 주변에는 풀과 나무가 자연스럽게 자라고 있었고, 곳곳에는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벤치가 마련되어 있었다. 공항과 고속도로가 가까운 장소인데도 도심의 공원처럼 여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파란 하늘 아래 멀리 공항시설을 바라보니 곧 저곳에서 비행기를 타고 스위스를 떠난다는 사실이 실감 나기 시작했다.

여행을 시작할 때 공항은 앞으로 만나게 될 새로운 장소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한 공간이다. 그러나 모든 일정을 끝낸 뒤 만나는 공항은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마음의 준비를 하는 장소가 된다. 서클 파크에 올라 잠시 앉으니 그동안 계속 이어졌던 이동과 관광의 속도가 비로소 멈추는 것 같았다. 열차 시간에 맞추어 짐을 챙기고, 아침 일찍 관광지로 출발하며, 조금이라도 더 많은 풍경을 보려고 서둘렀던 날들이 끝났다. 귀국 비행기를 기다리는 마지막 날에 찾아온 이 짧은 휴식은 여행 전체를 돌아볼 수 있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즐거움과 피로가 함께했던 유럽 여행의 강행군

 

서클 파크의 벤치에 앉아 쉬고 있으니 이번 여행에서 만났던 수많은 장소와 장면이 차례로 떠올랐다. 런던에서는 런던아이를 타기 위해 찾아갔지만 시간이 늦어 매표소가 문을 닫는 바람에 표를 구하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으로 숙소에 돌아와 인터넷으로 다시 예약한 뒤 다음 날 런던아이에 올라 빅벤과 웨스트민스터 궁전, 템즈강과 런던 시내를 바라볼 수 있었다. 타워브리지에서는 북쪽 타워로 올라가 템즈강을 촬영하고 유리 바닥 아래로 달리는 자동차를 바라보았다. 그리니치로 갈 때에는 우버 수상버스를 타고 커티삭과 올드 로열 네이벌 칼리지를 지나 국립해양박물관까지 걸었다. 사우스햄튼에서는 오래된 성벽을 따라 걷고 역사 깊은 교회와 건물을 돌아보며 항구도시의 시간을 느꼈다.

노르웨이에서는 비가 내리는 베르겐의 플뢰옌 전망대에 올랐다가 5월 10일에 함박눈을 맞는 뜻밖의 행운을 만났다. 게이랑에르에서는 아직 얼음이 녹지 않은 호수와 마시고 싶을 만큼 맑은 물을 바라보았고, 올덴에서는 로엔 스카이리프트를 타고 호벤산에 올라 눈이 남은 길을 조심스럽게 걸었다. 플롬 산악열차를 타고 높은 산으로 올라가면서 폭포를 기대했지만 봄철이라 물이 많지 않아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서고 버스와 열차, 곤돌라와 유람선을 갈아타야 했으며, 때로는 비와 눈을 맞고 미끄러운 길을 걸어야 했다. 여행은 즐거웠지만 매일 계속된 이동은 몸에 상당한 피로를 쌓이게 했다.

프랑스와 스위스를 지나온 장면들도 생생하게 떠올랐다. 파리에서 바젤로 향하는 TGV 열차 안에서는 끝없이 펼쳐진 프랑스의 곡창지대를 바라보며 넓은 농경지를 가진 나라가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그린델발트에 도착해서는 아이거 북벽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했고, 보기 드물게 맑은 날 융프라우요흐에 올라 설산과 스핑크스 전망대를 선명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라우터브루넨에서는 수량이 적은 슈타우바흐 폭포를 보았지만 우연히 직장 후배를 만나 반가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젤트발트에서는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를 찾았고, 피르스트 클리프 워크에서는 불과 20m 앞의 포토존까지 가기 위해 한 시간 넘게 기다렸다. 바흐알프제까지 네 시간 이상 하이킹하면서 얼어붙은 호수를 만났고, 반팔 차림으로 강한 햇볕을 받아 팔에 일광화상까지 입었다. 각각의 순간은 즐거웠지만 그 모든 일정을 연이어 소화한 여행은 분명 강행군이었다.

 

 

몸은 지쳤지만 마음에는 오래 남을 여행의 기억

 

서클 파크에 앉아 지나온 여행을 되돌아보니 몸은 무거웠지만 마음은 충만했다. 여행 중에는 다음 열차를 타고 새로운 장소로 이동하는 데 집중하느라 그날의 감동을 충분히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 관광지에 도착하면 사진을 촬영하고 주변을 살펴본 뒤 다시 다음 목적지로 출발해야 했다. 때로는 긴 대기줄 때문에 지쳤고, 기대했던 폭포나 호수의 모습을 보지 못해 실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귀국을 앞두고 모든 일정이 끝난 뒤 되돌아보니 예상과 달랐던 순간들까지도 여행을 풍성하게 만든 소중한 경험이었다. 런던아이의 표를 구하지 못해 다음 날 다시 찾아갔던 일, 봄의 노르웨이에서 눈을 맞았던 일, 얼어붙은 바흐알프제 앞에 서 있었던 일은 계획대로만 움직였다면 얻지 못했을 특별한 기억이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서클과 취리히공항 주변의 풍경은 화려한 관광명소와는 달랐지만 여행의 마지막 장소로 잘 어울렸다. 공항 건물과 도로에서는 사람들이 계속 움직이고 있었지만, 공원 안에서는 여행객과 시민들이 천천히 걷거나 벤치에 앉아 쉬고 있었다. 더 서클 공식 안내에서 이 공원을 방문객과 공항 이용객, 인근 주민과 근무자들이 만나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소개하는 이유를 직접 느낄 수 있었다. 더 서클 체험시설 및 공원 안내 나 역시 출국시간을 기다리는 여행객이었지만, 잠시만큼은 어디론가 이동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따뜻한 햇볕과 바람을 느끼며 편안하게 쉴 수 있었다.

여행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순간에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돌아갈 준비를 하며 지나온 시간을 마음속에 정리할 때 비로소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이번 일정은 여러 나라와 도시를 이동하며 산과 호수, 강과 바다, 궁전과 박물관, 오래된 성벽과 현대적인 공항까지 만난 긴 여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진을 남겼지만 카메라에 담을 수 없는 감정도 많았다. 맑은 날씨를 만났을 때의 감사함, 낯선 곳에서 한국인을 우연히 만난 반가움,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느낀 감동, 힘든 하이킹을 끝낸 뒤의 성취감은 마음속에 더 선명하게 남았다.

휴식을 마치고 다시 공항으로 내려갈 시간이 되자 이제 정말 여행이 끝났다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얻은 기억은 귀국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피곤한 몸은 집에 돌아가 쉬면 회복되지만 직접 보고 걷고 느낀 경험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삶의 활력이 되어 줄 것이다. 취리히공항 서클 파크에서의 휴식은 단순히 비행기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니라, 강행군처럼 이어진 여행에 조용히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푸른 하늘 아래에서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힘들었지만 참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었다”라고 마음속으로 말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마지막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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