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또 하나의 전망대 벅 캐니언 오버룩

2022년 7월 18일 오전 11시 무렵, 캐니언랜즈 국립공원의 메사 아치에서 하늘을 향해 열린 거대한 돌문과 그 너머의 협곡을 감상한 뒤 다시 셰보레 렌터카에 올랐다. 메사 아치가 보여 준 장엄한 풍경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아 자동차 안에서도 방금 촬영한 사진을 떠올렸다. 아치 아래로 펼쳐졌던 협곡은 마치 천국으로 이어지는 문처럼 느껴졌고, 자연이 만든 곡선과 붉은 바위의 조화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 같았다. 이제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려고 경관도로를 달리기 시작했지만 캐니언랜즈는 한 장소의 감동을 정리할 틈도 주지 않고 계속 새로운 풍경을 보여 주었다.
메사 아치에서 약 10분 정도 이동했을 때 도로 옆에 벅 캐니언 오버룩(Buck Canyon Overlook) 안내가 나타났다. 처음부터 오래 머물 계획을 세운 장소는 아니었지만, 주차장 너머로 넓게 열린 협곡이 보이는 순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자동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오자 메사 아치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펼쳐졌다. 별도의 긴 탐방로를 걸을 필요 없이 주차장에서 짧은 포장길을 따라가면 바로 전망대에 닿을 수 있었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에 따르면 벅 캐니언 오버룩은 해발 약 6,240피트, 우리 단위로 약 1,902미터에 자리하며, 짧은 포장 보행로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전망대다. 휠체어 이용자도 접근할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어 체력이나 연령에 관계없이 비교적 편안하게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전망대 앞으로 다가가자 조금 전까지 달려온 도로와 주차장은 금세 시야에서 사라지고 깊은 협곡과 층층이 이어진 절벽이 화면 전체를 채웠다. 메사 아치에서는 거대한 자연 아치가 풍경의 테두리가 되어 주었지만, 이곳에는 시선을 먼저 붙잡는 특별한 구조물이 없었다. 처음에는 메사 아치보다 단순해 보일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아무런 장식 없이 협곡 그 자체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으니 바위 절벽의 수평선과 깊게 갈라진 골짜기, 멀리 흐릿하게 이어지는 고원의 규모가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말 그대로 대협곡의 본모습을 정면에서 마주하는 장소였다.
차에서 내리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창문 너머로 보는 풍경과 전망대 끝에 직접 서서 바라보는 풍경은 분명히 달랐다. 바람의 온도와 건조한 공기, 눈앞에서 갑자기 끊어지는 절벽의 깊이까지 온몸으로 느껴야 비로소 그 장소의 크기가 실감났다. 메사 아치에서 받은 감동이 자연이 만든 걸작을 발견한 기쁨이었다면, 벅 캐니언 오버룩에서의 감동은 광활한 대지와 조용히 마주한 순간에서 비롯되었다. 화려한 구조물이 없어도 한동안 발을 떼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있었고, 캐니언랜즈에서는 이름난 명소뿐 아니라 도로변의 작은 전망대 하나도 결코 가볍게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콜로라도강 방향을 품은 협곡

전망대에 서니 수많은 골짜기가 하나의 거대한 물길을 향해 이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여행 당시에는 캐니언랜즈를 가르는 그린강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아득한 협곡 아래로 흐르는 강이 이 광대한 대지를 오랜 시간 깎아 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그러나 여행 후 사진과 공원 지도를 다시 확인해 보니 벅 캐니언 오버룩은 그린강보다는 콜로라도강 협곡 방향을 조망하는 장소였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의 공식 안내에도 이 전망대에서는 서쪽과 콜로라도강 협곡 너머로 펼쳐지는 광대한 풍경을 볼 수 있다고 소개되어 있다.
그린강과 콜로라도강은 모두 캐니언랜즈의 지형을 이해하는 데 빠질 수 없는 중요한 강이다. 두 강은 공원 안에서 만나며 아일랜드 인 더 스카이, 니들스와 메이즈 등 서로 다른 지형 구역을 나누는 역할을 한다. 다만 아일랜드 인 더 스카이의 서쪽을 흐르는 그린강을 가장 분명하게 감상하려면 그린 리버 오버룩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반면 벅 캐니언 오버룩에서는 콜로라도강 쪽으로 이어지는 협곡과 광대한 고원, 침식으로 드러난 여러 암석층을 바라보게 된다. 여행 중에는 정확한 방향을 구분하기 어려웠지만, 당시 느꼈던 감동은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그린강과 콜로라도강이 함께 만들어 낸 캐니언랜즈라는 거대한 자연의 일부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벅 캐니언의 절벽을 자세히 바라보면 바위가 한 덩어리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색과 단단함이 다른 여러 지층이 계단처럼 겹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캐니언랜즈의 퇴적암은 아주 오래전 바다와 강, 사막과 해안 등 서로 다른 자연환경에서 쌓인 모래와 진흙이 굳어 형성되었다. 이후 콜로라도고원이 융기하고 강물이 지층을 깊게 파고들면서 협곡이 만들어졌다. 여름철 갑작스럽게 내리는 강한 비는 작은 물길을 따라 흙과 돌을 쓸어 내리고, 물은 바위의 균열에 스며들어 약한 부분을 조금씩 넓힌다. 단단한 지층은 선반처럼 남고 부드러운 지층은 먼저 깎여 나가면서 절벽이 계단처럼 보이는 독특한 형태가 만들어졌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골짜기는 움직임이 멈춘 황량한 대지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지금도 변화가 계속되는 공간이었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 때마다 바위와 흙이 아주 조금씩 이동하고, 절벽의 일부가 무너지면서 새로운 지형이 만들어진다. 인간의 눈으로는 짧은 시간 동안 그 변화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수만 년과 수백만 년의 시간이 쌓이면 깊은 협곡과 넓은 계단식 절벽이 된다. 바닥에 보이는 가느다란 자국과 길처럼 이어진 선들은 자연의 배수로뿐 아니라 과거 방목과 자원 탐사를 위해 만들어진 흔적도 포함하고 있다. 공원 안내에 따르면 19세기 말의 가축 방목과 1950년대 우라늄·석유 탐사를 위해 만들어진 도로와 조사선의 흔적이 일부 남아 있으며, 국립공원 지정 이후 방목과 채굴이 중단되고 자연회복이 진행되고 있다.
대협곡 그대로의 깔끔한 감동의 벅 캐니언 오버룩

메사 아치와 벅 캐니언 오버룩은 자동차로 불과 10분 정도 떨어져 있었지만 두 장소가 전해 주는 감정은 분명히 달랐다. 메사 아치는 거대한 돌문이 자연의 액자 역할을 하여 어느 방향에서 사진을 촬영해도 상징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아치 아래로 보이는 협곡은 하늘로 열린 천국의 문처럼 느껴졌고, 자연이 만들어 낸 구조물 자체가 감탄의 중심이었다. 반면 벅 캐니언 오버룩에는 아치나 바위탑처럼 시선을 한곳에 모으는 주인공이 없었다. 넓은 하늘과 깊은 협곡, 길게 이어진 지층과 멀리 보이는 고원이 모두 함께 풍경의 주인공이 되었다.
나는 이러한 모습을 ‘깔끔한 맛이 있는 전망’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앞을 가리는 구조물이 없으니 어디부터 어디까지 보아야 하는지 정해져 있지 않았다. 가까운 절벽의 거친 표면을 살펴보다가도 시선을 조금만 들면 수십 겹으로 이어진 협곡이 나타났고, 다시 눈을 멀리 보내면 붉은 대지와 푸른 하늘의 경계가 지평선에서 만났다. 사진을 촬영할 때도 특정한 아치나 바위에 맞춰 구도를 잡을 필요가 없었다. 광활한 공간 전체를 담는 것만으로도 캐니언랜즈의 규모가 전해졌다. 다만 실제로 눈앞에서 느껴지는 깊이와 바람, 끝을 알 수 없는 거리감은 평면 사진만으로 모두 기록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여러 방향으로 사진을 찍고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은 채 눈으로 풍경을 오래 바라보았다.
건조한 협곡 사이에는 키가 작은 관목과 사막 식물이 드문드문 살아가고 있었다. 연간 강수량이 많지 않고 여름의 강한 햇빛과 바람을 견뎌야 하므로 이곳의 식물은 매우 천천히 성장한다. 공원 안내에 따르면 이 지역의 연간 강수량은 10인치, 약 254밀리미터보다 적으며, 씨앗이 발아할 만한 조건이 마련되는 것조차 몇 년에 한 번일 수 있다. 따라서 사람이나 차량으로 훼손된 사막 식생이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데에는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하다. 눈앞에 보이는 작은 풀과 관목 하나도 척박한 환경을 이겨 낸 소중한 생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니 지정된 길과 전망 구역을 지키는 일이 더욱 중요하게 느껴졌다.
전망대는 접근하기 편리했지만 바로 앞에 깊은 절벽이 펼쳐져 있으므로 사진 촬영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바람이 갑자기 강해질 수 있고, 바위 가장자리에서는 작은 실수도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안전한 구역에서 주변 사람의 이동을 살피며 촬영하고 어린이와 동행할 때는 손을 잡고 움직이는 것이 좋다. 여름에는 햇빛이 강하고 그늘이 부족하므로 짧게 머물더라도 물과 모자, 자외선 차단제가 필요하다. 주차 공간도 넉넉하지 않아 혼잡할 때는 무리하게 정차하지 말고 다른 차량의 이동을 배려해야 한다.
벅 캐니언 오버룩에서 느낀 감동은 요란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메사 아치처럼 특별한 구조물이 없는 평범한 전망대로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막상 그 앞에 서니 캐니언랜즈가 가진 본래의 크기와 깊이를 가장 담백하게 보여 주는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메사 아치가 자연이 만든 거대한 문을 통해 협곡으로 초대했다면, 벅 캐니언 오버룩은 아무런 장식 없이 대협곡 전체를 펼쳐 보이며 조용히 바라보라고 말하는 듯했다. 서로 다른 두 전망을 연이어 만났기에 캐니언랜즈의 아름다움을 더욱 다채롭게 이해할 수 있었다.
차로 돌아가기 전 협곡을 한 번 더 바라보았다. 콜로라도강을 향해 이어지는 수많은 골짜기와 바위층, 그 사이에서 살아가는 작은 식물들이 모두 오랜 시간의 일부로 보였다. 이 넓은 국토와 잘 보존된 자연환경이 다시 한번 부러웠지만, 동시에 이런 장소를 직접 방문하고 감상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계획에 없던 짧은 정차가 또 하나의 소중한 여행 이야기가 되었다. 벅 캐니언 오버룩은 화려한 상징물 없이도 대자연의 위대함을 온전히 전해 준, 단순하기 때문에 더욱 깊고 깨끗한 감동으로 기억되는 전망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