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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스 국립공원(데블스 가든 트레일)

blog7709 2026. 9. 16. 09:00

아치스 국립공원의 깊숙한 정원

 

데블스 가든(Devils Garden)

 

2022년 7월 18일 오후 6시 50분쯤 스카이라인 아치를 관람한 우리는 다시 자동차를 타고 아치스 국립공원 도로의 북쪽 끝에 자리한 데블스 가든(Devils Garden)으로 이동했다. 스카이라인 아치는 주차장에서 약 300미터 정도만 걸으면 만날 수 있는 비교적 가까운 아치였지만, 데블스 가든은 여러 아치와 거대한 사암지형이 넓게 펼쳐진 본격적인 탐방지역이었다. 오후 7시 20분쯤 데블스 가든 트레일 입구에 도착하자,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하늘은 아직 환했고 붉은 바위에는 따뜻한 저녁 햇빛이 비치고 있었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조금씩 누그러지고 있어 주변을 돌아보며 걷기에 한결 편안했다.

‘데블스 가든’이라는 이름을 우리말로 옮기면 ‘악마의 정원’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로 마주한 풍경은 음산하거나 두렵다기보다 기묘하고 신비로운 자연의 조각공원에 가까웠다. 둥글고 거대한 바위, 가늘고 길게 이어진 사암벽, 하늘을 찌를 듯 솟은 바위기둥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자연이 오랜 세월 동안 바위 하나하나를 다듬어 특별한 작품으로 배치한 정원처럼 보였다. 일정한 모양으로 정돈된 사람이 만든 정원과 달리, 이곳에는 거칠고 불규칙한 바위들이 자유롭게 펼쳐져 있었다. 그 불규칙함 속에서 오히려 자연만이 만들 수 있는 질서와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탐방로 입구의 안내판에는 데블스 가든에서 만날 수 있는 주요 아치와 이동 경로가 자세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비교적 가까운 곳에는 터널 아치(Tunnel Arch)와 파인 트리 아치(Pine Tree Arch)가 있고, 기본 탐방로를 따라가면 가늘고 길게 뻗은 랜드스케이프 아치(Landscape Arch)를 만날 수 있었다. 그 너머에는 파티션 아치(Partition Arch), 나바호 아치(Navajo Arch), 더블 오 아치(Double O Arch), 프라이빗 아치(Private Arch)가 이어지고, 가장 먼 곳에는 다크 엔젤(Dark Angel)이라는 거대한 바위기둥도 자리한다. 하나의 탐방지역 안에 여러 아치와 바위지형이 모여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데블스 가든의 규모와 다양성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안내판에는 랜드스케이프 아치까지 편도 약 0.8마일, 약 1.3킬로미터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왕복하면 약 2.6킬로미터가 되므로 가볍게 걸을 수 있는 거리처럼 보이지만, 이미 하루 종일 여러 명소를 둘러본 상태였고 해가 지기까지 남은 시간도 고려해야 했다. 우리는 무리하게 전체 코스를 완주하기보다 랜드스케이프 아치 방향으로 천천히 걸으며 주변의 사암지형과 저녁 풍경을 감상하기로 했다. 여행에서는 정해진 목적지에 반드시 도착하는 것만큼 현재의 체력과 시간, 날씨를 살피면서 안전하게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낯선 국립공원에서는 해가 진 뒤 길을 찾기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돌아올 시간까지 계산해야 했다.

트레일에 들어서자 커다란 사암벽 사이로 길이 이어졌다. 바위들은 성벽처럼 길게 연결되기도 하고, 사람이나 동물의 얼굴처럼 보이는 독특한 윤곽을 드러내기도 했다. 저녁 햇빛을 받은 바위 윗부분은 황금빛과 주황빛으로 밝게 빛났고, 아래쪽은 그림자에 잠겨 짙은 갈색을 띠었다. 같은 바위 안에서도 빛과 그늘이 선명하게 나뉘면서 입체감이 더욱 커졌다. 스카이라인 아치에서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인데도 풍경의 규모와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아치스 국립공원은 이동할 때마다 새로운 장면을 보여 주는 끝없는 자연박물관과 같았다.

 

랜드스케이프 아치로 이어지는 길과 여러 개의 자연 아치

 

데블스 가든(Devils Garden) 안내

 

데블스 가든은 아치스 국립공원에서 가장 다양한 탐방경험을 할 수 있는 지역 가운데 하나다. 입구에서 랜드스케이프 아치까지 이어지는 길은 비교적 넓고 경사가 심하지 않아 많은 사람이 찾지만, 그 이후의 코스는 좁은 바위능선과 급경사 구간을 통과해야 하므로 난도가 크게 높아진다. 안내판에는 각자의 체력과 남은 시간, 등산 경험을 고려하여 코스를 선택하라고 적혀 있었다. 전체 탐방로를 돌아보려면 상당한 거리와 시간이 필요하며, 일부 원시 탐방로에는 길을 찾기 어려운 구간과 바위를 오르내려야 하는 구간도 있다. 데블스 가든은 누구나 같은 길을 걸어야 하는 곳이 아니라 자신의 조건에 맞게 코스를 선택해야 하는 장소였다.

랜드스케이프 아치는 데블스 가든을 대표하는 자연석 아치다. 이름에 들어 있는 ‘Landscape’는 풍경이나 경관을 뜻하며, 아치가 주변의 하늘과 사막을 길고 아름답게 연결하는 모습에서 이름이 붙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랜드스케이프 아치는 수평으로 매우 길게 뻗어 있으면서 가운데 부분이 놀랄 만큼 얇다. 멀리서 바라보면 가느다란 돌다리가 허공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단단한 바위가 어떻게 저토록 길고 얇은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 신기하면서도, 언제 일부가 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랜드스케이프 아치 주변에서는 실제로 과거에 큰 바위 조각이 떨어진 일이 있었다. 1991년에는 아치 아래쪽에서 길고 얇은 바위판이 떨어졌으며, 그 이후 안전을 위해 아치 바로 아래로 접근하는 길이 폐쇄되었다. 이 사건은 아치가 영원히 고정된 구조물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비와 눈이 바위틈으로 스며들고, 기온 변화에 따라 얼고 녹는 과정이 반복되면 균열은 조금씩 커진다. 여기에 바람과 중력의 작용까지 더해지면서 약해진 암석이 떨어져 나간다. 자연석 아치는 그렇게 만들어지고 커지며, 언젠가는 붕괴하는 변화의 과정에 놓여 있다.

데블스 가든에서 만날 수 있는 아치들은 형태와 분위기가 모두 다르다. 터널 아치는 두꺼운 바위벽을 뚫은 통로처럼 보이고, 파인 트리 아치는 주변의 나무와 어우러져 하나의 자연스러운 액자를 만든다. 파티션 아치는 하나의 사암벽에 크기가 다른 구멍들이 나란히 열린 모습이며, 나바호 아치는 두꺼운 바위 사이에 숨겨진 듯 자리하고 있다. 더블 오 아치는 크고 작은 두 개의 둥근 구멍이 위아래로 연결되어 숫자 8이나 두 개의 고리처럼 보인다. 같은 사암층이 오랜 시간 풍화와 침식을 받았지만, 균열의 위치와 암석의 단단한 정도가 달랐기 때문에 저마다 다른 형태의 아치가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는 랜드스케이프 아치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며 주변의 바위와 식생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사진 속 풍경에는 길게 이어진 붉은 사암지형과 회색빛을 띤 낮은 관목, 푸른 하늘에 넓게 펼쳐진 흰 구름이 함께 담겨 있다. 해가 낮아지면서 바위의 윗부분은 강한 황금빛으로 빛났고, 그 아래 사막식물 사이로는 긴 그림자가 만들어졌다. 낮에 보았던 아치스 국립공원과는 또 다른 차분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였다. 한낮의 풍경이 바위의 웅장한 형태를 선명하게 보여 주었다면, 저녁의 데블스 가든은 빛과 그늘이 만들어 내는 깊이와 색의 변화를 보여 주었다.

길을 걸으며 뒤를 돌아보니 넓은 사막지대 너머로 붉은 바위산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사람의 키보다 훨씬 높은 거대한 암벽과 끝없이 펼쳐진 하늘 앞에서 우리의 모습은 아주 작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광활한 자연 속에 직접 서서 바라보고 사진을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은 큰 기쁨이었다. 유명한 아치만 찾아가는 여행도 의미가 있지만, 목적지로 향하는 길에서 만나는 바위와 식물, 구름과 저녁 햇빛까지 천천히 바라볼 때 여행의 기억은 더욱 풍성해진다. 랜드스케이프 아치로 향한 걸음은 하나의 목적지를 찾아가는 과정인 동시에 데블스 가든이라는 거대한 자연의 정원 전체를 감상하는 시간이었다.

 

아치 위를 걸으면 안 되는 이유와 자연을 지키는 여행

 

데블스 가든 트레일의 안내판

 

데블스 가든 트레일의 안내판에서 특히 눈에 들어온 문구는 “Climbing or walking on arches is prohibited”, 즉 ‘아치 위로 올라가거나 걷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거대한 돌로 이루어진 아치가 매우 단단해 보이므로 사람이 몇 명 올라간다고 해서 문제가 생길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연석 아치는 겉모습과 달리 균열이 많고, 내부의 약해진 부분을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특히 랜드스케이프 아치처럼 일부가 매우 얇아진 구조물은 작은 바위 조각이 언제 떨어질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도 아치 위에 올라가지 않아야 하며, 수백만 년 동안 형성된 자연유산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도 규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아치 위를 걷는 행위는 바위를 직접 손상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방문객에게 잘못된 행동을 따라 하게 만들 수 있다. 높은 아치에서 미끄러지거나 추락하면 구조가 어렵고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안내판에는 낙석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으며, 바위에서 갑자기 갈라지거나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면 즉시 멀리 떨어지라는 경고도 적혀 있었다. 자연을 가까이에서 체험하는 일과 위험한 행동으로 자연을 정복하려는 것은 전혀 다르다. 국립공원에서는 정해진 탐방로를 따라 걸으며 안전한 장소에서 아치를 바라보는 것이 자연과 사람을 모두 보호하는 올바른 관람방법이다.

탐방로 주변의 땅도 함부로 밟아서는 안 된다. 사막 바닥에 검거나 울퉁불퉁하게 보이는 부분은 단순히 굳은 흙이 아니라 시아노박테리아, 이끼, 지의류와 곰팡이 등이 함께 살아가는 생물학적 토양 껍질이다. 이 작은 생명체들은 흩어지기 쉬운 모래를 서로 붙잡아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하고, 수분과 영양분을 유지해 사막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돕는다.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토양 껍질도 사람의 한 걸음에 쉽게 부서질 수 있으므로 지정된 길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을 더 잘 찍기 위해 사막식물 사이로 들어가는 작은 행동도 자연에는 오랫동안 남는 상처가 될 수 있다.

데블스 가든에서는 물과 시간 관리도 중요하다. 건조한 지역에서는 땀이 빠르게 증발하기 때문에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는 사실을 바로 느끼기 어렵다. 늦은 오후라고 해도 충분한 물을 준비하고 조금씩 자주 마셔야 한다. 또한 해가 지면 붉은 바위와 탐방로의 구분이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손전등과 지도, 귀환시간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원시 탐방로까지 가려면 바위 위의 작은 돌무더기인 케언(cairn)을 확인하며 길을 찾아야 하지만, 랜드스케이프 아치까지의 기본 구간만 걷더라도 해가 지기 전 안전하게 돌아오는 계획이 필요하다. 그날 우리는 오후 7시 20분이라는 도착시간과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고려해 주변을 충분히 감상하면서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동했다.

저녁빛이 내려앉은 데블스 가든에는 낮의 뜨거움과는 다른 평온함이 있었다. 구름 사이로 들어온 햇빛이 붉은 암벽의 일부만 환하게 비추면서 바위산이 거대한 조각품처럼 떠올랐다. 광활한 풍경을 배경으로 함께 사진을 찍으며 하루 동안 만난 여러 장소를 떠올렸다. 밸런스드 록의 절묘한 균형, 더 윈도스의 거대한 창문, 유타주의 상징인 델리케이트 아치, 높은 암벽에 열린 스카이라인 아치에 이어 데블스 가든에서는 여러 아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같은 국립공원 안에서도 장소마다 전혀 다른 모습과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데블스 가든 트레일은 단순히 여러 아치를 볼 수 있는 산책로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연이 완성된 상태로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살아 있는 지질학 교실이었다. 동시에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려면 안전수칙과 보호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도 가르쳐 주었다. 아치 위에 올라가지 않고, 지정된 길을 이용하며, 돌과 식물을 원래 있던 자리에 그대로 두는 작은 실천이 이 귀중한 풍경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방법이다.

랜드스케이프 아치 방향으로 걸으며 바라본 데블스 가든은 하루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충분히 아름다웠다. 우리는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다시 느꼈고, 그 자연을 직접 만나고 무사히 걸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악마의 정원’이라는 강렬한 이름과 달리 그곳에서 만난 것은 공포가 아니라 저녁 햇빛이 감싸는 평화로운 사막과 수백만 년의 시간이 만든 신비로운 작품들이었다. 데블스 가든은 자연을 바라보는 감탄과 자연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을 함께 마음에 남겨 준 특별한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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