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사람으로 가득한 세계의 교차로, 타임스스퀘어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과 28번 트랙을 둘러본 후 뉴욕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타임스스퀘어로 향했다. 2019년 7월 4일 저녁 무렵 도착한 타임스스퀘어는 아직 하늘이 밝았지만, 거대한 전광판들은 이미 강렬한 빛과 화려한 영상으로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건물 외벽을 덮은 광고 영상은 몇 초마다 새로운 장면으로 바뀌었고, 수많은 색과 문자가 주변 건물의 유리창과 사람들의 얼굴에 반사되었다. 자동차와 버스가 도로를 지나가고 보행 공간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이 모여들어, 어디를 바라보아도 움직임이 멈추지 않는 거대한 무대처럼 느껴졌다.
브로드웨이와 7번가가 만나는 타임스스퀘어의 거리와 전광판, 발 디딜 틈 없이 모여든 사람들의 모습. 좌우의 대형 화면에서는 의류, 스포츠, 식품, 방송과 공연 등 여러 분야의 광고가 계속 바뀌어 나오고 있었다. 중앙의 멀리 보이는 삼각형 건물과 수직으로 이어진 전광판은 타임스스퀘어만의 독특한 공간 구조를 보여준다. 관광객들은 화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고, 시민들은 익숙한 듯 인파 사이를 빠르게 통과했다. 나는 한동안 걸음을 멈추고 내가 영화와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바로 그 장소에 서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타임스스퀘어는 원래 ‘롱에이커 스퀘어’라고 불렸지만, 뉴욕타임스가 이곳에 새로운 본사를 건설하면서 1904년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브로드웨이와 7번가, 42번가가 만나는 지리적 특성과 지하철 개통이 맞물리면서 사람과 상업, 공연문화가 모이는 뉴욕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1904년부터 새해맞이 행사가 열렸고, 1907년에는 처음으로 새해를 알리는 볼 드롭 행사가 시작되었다. 이후 타임스스퀘어의 새해맞이는 세계인이 함께 지켜보는 대표적인 축제가 되었다. 타임스스퀘어의 역사
‘세계의 교차로’라고 불리는 이유도 현장에 서 보니 자연스럽게 이해되었다. 다양한 국적과 언어,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장소에 모여 동일한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군가는 뉴욕 여행을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공연을 보기 위해 극장으로 향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이곳을 평범한 퇴근길처럼 지나갔다. 타임스스퀘어는 단순히 광고가 많은 거리가 아니라 뉴욕의 상업과 대중문화, 관광과 시민의 일상이 한꺼번에 만나는 공간이었다.
세계적인 전광판에서 만난 삼성과 LG, 우리 기업에 대한 자부심
수많은 전광판 사이로 시선을 옮기던 중 삼성과 LG의 광고를 발견했다. 미국 뉴욕, 그것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타임스스퀘어의 대형 전광판에서 한국 기업의 이름을 직접 마주하자 마음속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반가움과 자부심이 솟아올랐다. 처음에는 “대한민국이 정말 대단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생각해 보니 치열한 세계시장에서 제품과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저 자리에 이름을 올린 우리 기업들이 대단하다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한국에서 자주 보던 익숙한 기업명이 낯선 뉴욕 한복판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와 무게로 다가왔다.
타임스스퀘어의 전광판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광고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방문객들이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다시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공유하기 때문에, 이곳에 등장한 기업과 브랜드는 뉴욕 현장을 넘어 전 세계 소비자에게 알려진다. 건물 전체를 덮을 정도로 거대한 화면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영상은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과 콘텐츠 제작기술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광고가 도시의 야경과 분위기 자체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타임스스퀘어는 현대적인 상업문화의 상징이자 세계기업들이 경쟁하는 거대한 전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과 LG가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결과가 아닐 것이다. 연구개발과 생산, 품질관리와 해외 마케팅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한 기술자와 연구원, 생산현장의 근로자와 수많은 협력기업이 함께 만들어낸 성과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 연구와 교육 현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왔기 때문에 하나의 기술이나 제품이 개발되어 세계시장에 진출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 전광판에 표시되는 기업 이름은 짧은 순간에 지나갔지만,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의 시간과 땀이 담겨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세계 전자산업을 이끄는 기업들과 경쟁하면서 한국의 제품과 기술이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 자랑스러웠다. 과거에는 외국의 앞선 기술과 제품을 배우고 따라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지만, 이제는 우리 기업의 스마트폰과 텔레비전, 가전제품과 디스플레이 기술이 세계시장의 기준을 만들어가는 위치에 올라섰다. 뉴욕의 화려한 전광판에서 삼성과 LG의 이름을 바라본 경험은 한국 기업의 세계적인 위상을 먼 타국에서 직접 확인한 순간이었다. 그 이름이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함께, 앞으로도 기술혁신과 신뢰를 통해 오랫동안 사랑받는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기업 이름을 보았다는 사실만으로 지나치게 의미를 부풀리고 싶지는 않았다. 세계시장에서는 오늘의 성공이 내일도 자동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며, 품질과 기술,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지속해서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타임스스퀘어의 전광판은 우리 기업이 이룬 성취를 보여주는 동시에 앞으로도 세계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화면처럼 느껴졌다. 여행 중 우연히 만난 광고였지만, 대한민국의 기술 발전과 기업의 책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뜻깊은 장면이었다.
달콤한 츄러스와 함께 쉬어가며 바라본 타임스스퀘어
타임스스퀘어에 도착한 뒤 한동안 사람들 사이를 걷고 전광판을 올려다보니 다리도 아프고 조금씩 피로가 밀려왔다. 버지니아 센터빌에서 출발해 뉴욕까지 이동하고, 2층 빅버스를 타고 맨해튼을 둘러본 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까지 방문한 긴 하루였다. 잠시 앉아서 쉬어갈 장소를 찾은 후 달콤한 츄러스를 먹으며 타임스스퀘어의 풍경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갓 만든 츄러스의 바삭한 겉면과 부드러운 속, 입안에 퍼지는 설탕의 단맛은 여행으로 지친 몸에 작은 휴식을 선물했다.
걷고 있을 때는 주변 사람과 부딪히지 않으려고 앞만 보거나 사진을 찍을 장소를 찾느라 타임스스퀘어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충분히 느끼기 어려웠다. 그러나 자리에 앉아 츄러스를 한입씩 먹으며 바라보니 거리의 모습이 전혀 다르게 보였다. 전광판의 영상은 끊임없이 바뀌었고, 새로운 관광객들이 계속 들어왔다가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아이들은 화면을 가리키며 즐거워했고, 연인과 가족들은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거리 공연을 구경하는 사람과 무거운 가방을 들고 이동하는 여행자, 바쁜 표정으로 인파를 빠져나가는 뉴욕 시민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타임스스퀘어의 진정한 매력은 화려한 전광판 하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아래 모여든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과 움직임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적인 기업의 광고와 브로드웨이 공연 홍보, 햄버거 매장과 기념품 가게, 관광객과 시민의 일상이 좁은 공간 안에서 서로 겹치고 있었다. 대형 전광판이 거대한 도시의 얼굴이라면, 그 아래에서 웃고 걷고 쉬는 사람들은 타임스스퀘어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주인공이었다. 나 역시 그 순간에는 멀리 한국에서 온 관광객이면서 동시에 타임스스퀘어의 풍경을 이루는 한 사람이었다.
낯선 여행지에서 먹는 음식은 반드시 유명하거나 비싸야만 오래 기억되는 것은 아니다. 타임스스퀘어에서 먹었던 츄러스는 특별한 고급음식이 아니었지만, 여행의 피로와 설렘, 주변의 화려한 빛과 사람들의 목소리가 함께 기억되어 지금도 달콤하게 떠오른다. 삼성과 LG의 광고를 보며 느낀 자부심, 세계적인 광장에 직접 서 있다는 감격, 잠시 쉬면서 맛본 츄러스의 단맛이 하나의 여행 장면으로 연결되었다. 평범한 간식 하나가 여행지의 감정과 결합하면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추억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 사진을 다시 바라보면 전광판에 표시된 광고는 이미 다른 내용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거리의 상점과 건물도 일부 달라졌고, 당시 함께 있던 사람들은 각자의 나라와 일상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2019년 7월 4일 타임스스퀘어에서 느꼈던 놀라움과 자부심은 사진 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 타임스스퀘어는 나에게 단순히 밝고 화려한 관광지가 아니었다. 대한민국 기업의 세계적인 성장을 확인하고, 사람과 기술, 문화와 상업이 만나는 도시의 힘을 체험하며, 달콤한 츄러스 한 조각으로 여행의 속도를 잠시 늦추었던 장소였다. 화려한 빛 속에서도 작은 휴식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 그 순간은 뉴욕 여행에서 가장 인간적이고 따뜻한 기억 중 하나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