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빌에서 두 시간을 달려 찾아간 메이저리그 야구장

나는 오래전부터 프로야구를 좋아해 온 진정한 야구팬이다. 미국 버지니아주 센터빌에 머물던 2019년 7월 13일, 평소 응원하던 탬파베이 레이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경기를 직접 보기 위해 볼티모어로 향했다. 센터빌에서 볼티모어까지는 교통 상황에 따라 약 두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한국에서도 야구장을 자주 찾았지만, 미국 메이저리그 경기를 현장에서 본다는 것은 전혀 다른 설렘을 주었다. 더구나 탬파베이에는 한국인 선수 최지만이 뛰고 있었기 때문에 단순한 경기 관람을 넘어 먼 타국에서 우리 선수를 직접 응원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경기가 열린 곳은 볼티모어 도심에 자리한 오리올 파크 앳 캠든 야즈였다. 경기장에 가까워질수록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은 홈팬들이 눈에 띄었고, 야구를 중심으로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들어선 것처럼 느껴졌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관중석 너머의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이었다. 현대적인 시설과 역사적인 도시 경관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좌석 배치와 이동 통로가 잘 정돈되어 있었고, 식음료 매장과 휴식공간, 경기 안내 시설도 관중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돼 있었다. 경기장 자체가 단순히 야구를 보는 곳이 아니라 가족과 친구가 하루를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처럼 느껴졌다.
우리나라 야구장도 최근에는 시설과 서비스가 크게 좋아졌지만, 당시 캠든 야즈에서 경험한 넓은 공간과 관중 중심의 운영은 솔직히 부러웠다. 특히 경기장 안팎에 도시의 역사와 구단의 전통을 함께 담아낸 점이 기억에 남았다. 야구장은 선수들만의 무대가 아니라 팬들의 추억이 쌓이고 지역의 문화가 이어지는 장소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먼 길을 달려왔다는 피로는 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 사라졌고, 메이저리그 구장을 직접 찾았다는 기쁨만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
“최지만 선수 파이팅!” 타석을 기다리며 전한 마음

이날은 비로 연기됐던 경기를 포함해 두 경기를 치르는 더블헤더 일정이었다. 내가 관람한 경기는 오후에 열린 1차전으로, 최지만 선수가 왼쪽 발목 부상으로 열흘간의 부상자 명단에 오른 뒤 복귀한 바로 그날이었다. 그는 탬파베이의 선발 1루수로 출전했지만 세 차례 타석에서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다. 부상에서 막 돌아온 경기였던 만큼 타격 감각을 되찾는 데 시간이 필요해 보였지만, 한국 선수가 메이저리그 그라운드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갑고 자랑스러웠다. MLB 기록에도 최지만이 2019년 7월 3일 왼쪽 발목 염좌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가 7월 13일 복귀한 것으로 남아 있다.
경기가 후반으로 접어들자 최지만 선수에게 네 번째 타석이 돌아올 가능성이 있었다. 나는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서 응원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어 그가 타석을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수많은 관중의 함성과 경기장 음악이 뒤섞인 가운데 힘껏 “최지만 선수,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내 목소리를 듣고 내 쪽을 바라보고 타석에 집중하였다. 낯선 미국 야구장에서 한국어로 우리 선수를 응원하는 그 순간만큼은 팬과 선수가 같은 마음으로 연결된 것처럼 느껴졌다. 좋은 타구 하나가 나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의 네 번째 타석을 기다렸다.
하지만 최지만 선수는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대타와 교체됐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타격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만큼 아쉬움이 컸다. 응원의 목소리를 낸 직후였기에 그 아쉬움은 더욱 진하게 남았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보니 그날의 무안타나 교체보다 부상에서 회복해 다시 메이저리그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실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최지만 선수는 이후 탬파베이에서 활약하며 한국인 타자로는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무대도 밟았다. 그리고 2026년 현재는 한국으로 돌아와 시민구단 울산 웨일즈에서 다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2019년 볼티모어에서 외쳤던 “파이팅”이라는 응원을 지금도 다시 전하고 싶은 이유다.
응원팀의 패배보다 오래 남은 야구팬의 행복
경기는 팽팽한 투수전으로 진행됐다. 탬파베이가 3회초 먼저 한 점을 올리며 앞서 나가자 나는 응원팀이 승리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 그러나 볼티모어는 7회말 스티비 윌커슨의 2점 홈런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관중석을 가득 채운 볼티모어 팬들이 한꺼번에 일어나 환호하는 순간, 경기장 전체가 크게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홈팀 팬들에게는 짜릿한 역전의 순간이었지만 탬파베이와 최지만 선수를 응원하던 나에게는 가슴 아픈 장면이었다. 탬파베이는 끝내 점수를 만회하지 못했고, 경기는 볼티모어의 2대 1 역전승으로 끝났다. 이날 1차전에는 2만2,596명의 관중이 입장했으며 경기는 3시간 2분 동안 진행됐다.
응원하던 팀이 패했으니 당연히 아쉬웠지만, 경기장을 나서는 마음에는 실망보다 감동이 더 많이 남아 있었다. 승패는 야구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야구팬에게 남는 기억은 점수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센터빌에서 두 시간을 달려온 과정, 캠든 야즈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설렘,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빠르고 힘찬 플레이, 홈런이 터졌을 때 경기장을 뒤덮은 함성, 그리고 최지만 선수를 향해 한국어로 응원을 외쳤던 순간이 하나의 특별한 추억으로 이어졌다. 직접 경기장을 찾지 않았다면 결코 느낄 수 없었던 생생한 감정이었다.
볼티모어 구장을 돌아보면서 우리나라 야구장도 팬들이 경기 전후까지 편안하게 머물며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더욱 발전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야구장은 승리한 팀의 팬만 행복한 곳이 아니다. 패배한 팀을 응원한 팬도 선수의 도전에서 용기를 얻고, 다른 팬들의 열정에서 스포츠의 힘을 발견할 수 있다. 이날 내가 응원한 탬파베이는 졌고 최지만 선수도 안타를 치지 못했지만, 나는 야구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다시 확인했다. 승리의 기쁨은 하루를 즐겁게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감동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마음속에 남는다. 2019년 7월 13일의 캠든 야즈는 응원팀이 패한 장소가 아니라, 한 명의 야구팬으로서 가장 뜨거운 마음으로 한국 선수를 응원했던 소중한 장소로 기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