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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에서 브라이스 캐니언까지의 첫 여정

blog7709 2026. 8. 29. 07:34

쉐보레 렌터카와 시작한 새로운 여행

 

2019년 미국 동부를 여행할 때는 버지니아주 센터빌을 출발해 뉴욕과 나이아가라, 토론토 등을 자가용으로 이동했다. 도로 양옆에는 울창한 나무와 푸른 숲이 이어졌고, 장거리 운전 중에도 짙은 녹음이 창밖을 채워 주었다. 그러나 2022년 미국 여행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을 만나기 위해 서부지역으로 방향을 잡았다. 동부에서 서부까지 자동차로 이동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었기 때문에 비행기를 타고 네바다주의 라스베이거스로 이동한 뒤 현지에서 차량을 빌려 여행하기로 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라스베이거스 공항의 렌터카센터에 도착했을 때부터 새로운 여행이 시작된다는 설렘이 느껴졌다.

AVIS 렌터카 창구에서 예약 내용을 확인하고 우리가 인수한 차량은 여러 사람이 장거리 여행을 하기에 적합한 쉐보레 RV형 차량이었다. 정확히는 미국에서 SUV 또는 크로스오버로 분류되는 차종에 가까웠지만, 넉넉한 실내공간과 높은 차체 덕분에 여행용 RV처럼 든든하게 느껴졌다. 여행용 가방을 싣고 차량 상태와 연료, 내비게이션을 확인한 뒤 첫 번째 숙소인 유타주의 브라이스 캐니언 리조트를 향해 출발했다. 낯선 나라에서 직접 차를 운전한다는 긴장감도 있었지만,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움직이는 단체여행과 달리 원하는 곳에서 멈추고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는 자유가 더 크게 다가왔다.

라스베이거스 시내를 벗어나는 동안에는 야자수와 낮은 상가, 멀리 보이는 스트래토스피어 타워와 대형 호텔들이 차례로 지나갔다. 화려한 관광 중심지를 조금만 벗어나도 도시 뒤편으로 회색빛 산과 메마른 평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네온사인과 카지노로 알려진 라스베이거스가 실제로는 광활한 모하비사막 한가운데 세워진 도시라는 사실이 실감났다. 뜨거운 햇볕 아래 펼쳐진 도로와 산맥을 바라보며, 2019년에 경험했던 미국 동부와는 전혀 다른 두 번째 미국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느꼈다.

 

푸른 숲 대신 사막과 산맥, 동부와 서부의 강렬한 대비

 

I-15 고속도로를 따라 라스베이거스에서 북쪽으로 달리자 건물과 야자수는 점차 줄어들고, 황갈색 대지와 거대한 암산이 시야를 채우기 시작했다. 동부지역에서는 도로 양쪽의 나무가 시야를 막아 먼 곳까지 바라보기 어려웠지만, 서부에서는 수십 킬로미터 밖의 산맥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듯했다. 파란 하늘은 넓고 높았으며, 구름의 그림자가 메마른 산과 평원을 따라 천천히 이동했다. 나무가 적은 산에서는 지층의 굴곡과 암석의 표면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마치 거대한 지질학 교과서를 펼쳐 놓은 것처럼 보였다.

처음에는 풀이 적고 땅이 메말라 있어 황량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러나 계속 바라보자 그 황량함 속에도 서부만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동부의 숲이 풍부한 생명력과 편안함을 전한다면, 서부의 사막은 오랜 세월과 자연의 힘을 직접 보여 주었다. 비가 적고 뜨거운 기후를 견디며 살아가는 관목과 선인장, 바위틈의 작은 식물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품고 있었다. 넓은 땅에 띄엄띄엄 놓인 집과 주유소, 끝없이 이어지는 고속도로에서는 미국 서부의 규모와 생활방식도 느낄 수 있었다.

동부와 서부 중 어느 지역이 더 아름답다고 단순하게 비교하기는 어려웠다. 동부의 녹색 숲이 포근하게 사람을 감싸 준다면, 서부의 벌거벗은 암산과 사막은 사람을 자연 앞에 홀로 세우는 듯했다. 울창한 나무가 사라지자 산과 하늘, 땅의 경계가 더욱 선명해졌고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같은 나라 안에 이렇게 다른 기후와 지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2019년 동부 여행이 숲과 도시, 강을 따라 이어졌다면 2022년 서부 여행은 암석과 고원, 사막을 통해 지구의 오래된 시간을 만나는 여정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버진리버 협곡을 지나 브라이스 캐니언으로 향한 감동

 

 

라스베이거스에서 I-15를 따라 북상하면 네바다주를 벗어난 뒤 애리조나주의 북서쪽 모서리를 잠시 통과해 유타주로 들어가게 된다. 이 구간에서 가장 강렬한 풍경은 버진리버 협곡이었다. 평탄한 사막도로를 달리던 차량이 갑자기 거대한 암벽 사이로 들어서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도로 양쪽으로 층층이 쌓인 암석 절벽이 솟아 있었고, 고속도로는 협곡의 굽은 지형을 따라 이어졌다. 사진 속 도로 표지판에도 ‘Virgin River’라는 지명이 보이는데, 이곳은 메스키트에서 북동쪽, 세인트조지에서 남서쪽에 자리한 애리조나주의 버진리버 협곡 구간이다.

미국 토지관리국은 버진리버 협곡을 I-15를 따라 형성된 대표적인 자연경관으로 소개한다. 이곳은 서쪽의 분지·산맥 지형과 동쪽 콜로라도고원의 다채로운 지질 구조가 급격히 바뀌는 곳이며, 이동하고 융기한 지각과 침식의 흔적을 암벽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국 토지관리국 버진리버 협곡 안내, 버밀리언 클리프 경관도로와 지질 설명

높은 절벽 사이를 자동차로 통과하면서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기술을 동시에 생각했다. 단단한 암벽과 좁은 협곡을 따라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수많은 차량이 안전하게 이동하도록 관리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러나 도로보다 더 오래되고 거대한 것은 협곡 자체였다. 수백만 년 동안 물과 바람, 지각운동이 만들어 낸 암벽 앞에서 인간의 시간은 아주 짧게 느껴졌다. 차창 밖으로 절벽이 빠르게 지나갔지만 암석에 새겨진 지층 하나하나는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을 품고 있었다.

버진리버 협곡을 빠져나와 유타주로 들어서자 주변의 색과 식생이 조금씩 달라졌다. 브라이스 캐니언은 라스베이거스보다 고도가 훨씬 높은 고원지대에 있으며, 건조한 기후 속에서도 고도에 따라 향나무와 소나무, 폰데로사소나무와 전나무 숲이 나타난다. 국립공원관리청은 브라이스 캐니언이 약 650미터의 고도 차이를 가지며 서로 다른 세 개의 기후·식생대를 품고 있다고 설명한다.

첫날의 목적지는 브라이스 캐니언 리조트였지만, 그곳으로 향하는 도로 자체가 이미 훌륭한 관광지였다.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도시, 끝없이 펼쳐진 사막, 멀리 이어지는 산맥과 버진리버의 거대한 암벽협곡이 차례로 나타나면서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세계를 지나온 듯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부터 미국 서부가 왜 수많은 여행자의 마음을 끄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동부의 푸른 숲과 서부의 황량한 암석은 서로 반대되는 풍경처럼 보였지만, 모두 오랜 세월 자연이 만들어 낸 소중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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